본문 바로가기

DAVID's Columns/Music

프로듀서, 엔지니어로서의 아티스트 멘탈 케어

녹음 중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고중에 하나는 아티스트의 멘탈이 흔들리는 사고입니다

사실상 악재중에 악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제가 이 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 한 것은 꽤나 오래 전, 아주 친한 동생의 녹음 세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녹음실이라는 압박감

녹음실 문턱을 몇 번 밟아본 사람들끼리 으레 주고받는 말이 있습니다.
"컨트롤룸이랑 녹음부스는 무게감이 다르게 느껴져" 라는 말이죠.
이 말은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컨트롤룸과 녹음부스는 두꺼운 벽체를 사이에 두고 있죠. 서로 얼굴을 보기 위해 시창이 존재하고, 의사소통을 편하게 하기 위해 토크백, 리슨백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지만 녹음부스에는 나 혼자, 근데 컨트롤룸에는 프로듀서, 엔지니어, 잔소리꾼, 딴짓하는 친구 등등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토크백이 열려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컨트롤룸에서 오가는 대화가 내 연주나 노래를 흉보고 비웃는 것 같고 혹시나 욕을 하고있진 않을까 걱정하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아티스트의 멘탈을 잘 보살펴주는 법

  1. 모니터환경
    제가 녹음을 진행할 때 처음 한 번은 "처음부터 끝까지 틀어줄테니 편하게 불러봐" 라고 합니다.
    이 상황에서 저의 목표는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집니다.
    1. 레코딩 체인(마이크-프리앰프-컴프레서-EQ-AD컨버터) 속에 문제가 있는지, 그리고 적정 레벨로 녹음되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2. 부스에서 연주하는 아티스트가 편안하게 연주 할 수 있는 모니터 상황인지 스스로 체크할 수 있게 도와주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컨트롤룸에서는 최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모니터링을 지향하지만, 부스 안에서의 모니터링은 전혀 다른 이야기 입니다.
보컬의 경우 "어? 나 오늘 노래가 좀 되네?"
악기 연주자의 경우 "그래 역시 내 악기는 이런 톤이지!"
라는 느낌을 받아야 연주자가 자신의 연주에 대해서 자신감을 갖고 최대한의 연주를 할 수 있으니까요.

  1. 감정관리
    참 어렵습니다.
    아티스트가 하고싶은 이야기를 꾹꾹 눌러담아 적어 내려간 가사와, 그 가사를 아름답게 울려주는 멜로디를 녹음하는 입장에서는 그 이야기에 몰입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번 가이드 녹음의 경우 정말 간단하게 녹음을 끝낼 생각이었고, 금방 끝날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티스트는 자신의 진심과 감정을 노래하는 사람입니다. 특히나 그 곡은 자신의 회고이자, 다짐이자, 목표가 담긴 곡이었는데 그 즈음에 모종의 사건이 아티스트의 마음에 너무 깊게 사무쳤나봐요.
    눈물도, 정도 많은 친구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감성이 풍부하다는 것도 알았지만 그 순간에 누가 떠올라서 울컥하는 그 감정을 감히 제가 어떻게 눌러 담으라고 할 수 있겠어요.
  2. 분위기
    저는 만만한 엔지니어, 프로듀서 로 함께 일하고, 기억되고 싶습니다.
    같이 작업하는 엔지니어, 프로듀서가 어렵고 껄끄럽고 부담스러운 상대라면 아티스트 본인의 의견을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겠죠.
    또, 평소와 다르게 칭찬을 많이 하는 편 입니다.
    "연습 많이 했네" 라던지 "방금 테이크 너무 좋았어, 그런데 조금 더 감정을 실어서 부르면 훨씬 좋은 테이크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노래 실력이 점점 는다?"
    뭐 사실 거짓말을 하려는 건 아니고, 아티스트가 조금이라도 더 자신감을 갖고 연주를 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죠.

구리면 구리다고 바로 끊습니다.

결국 서로가 서로를 믿어야 가능한 일

"Team" 이라는 단어의 어원을 찾아보니 9세기 경 노르웨이, 스웨덴 등 유럽 북부 지역에서 ‘짐을 끌 사슴, 개, 말, 소 등이 잘 묶였다’ 라는 뜻의 "Taum" 이라고 합니다.

"앨범 발매" 라는 목표(짐,과제, 내가 또 이짓을 하고있네....)를 끌고 나갈 우리 프로덕션 멤버가 잘 묶였다.

조금 더 단단하게, 견고하게 묶여서 앞으로의 모든 작업이 순탄하게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맞설 수 있나니 세 겹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 (전도서 4:12, 개역개정)
A person standing alone can be attacked and defeated, but two can stand back-to-back and conquer. Three are even better, for a triple-braided cord is not easily broken (Ecclesiastes 4:12, N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