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stom Outboard (Meter Attenuator)를 제작 의뢰하여 수령하기까지

어떤 장비의 발명이나 개발은 사람의 귀찮음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캘리브레이션, 그 귀찮음과 즐거움의 사이

지난번 글에서 Coleman Audio 사의 MBP-2 VU Meter를 구매했다고 말씀드렸죠
미터를 사고 나서 가장 먼저 직면한 문제점은 작업의 특성에 따라 미터의 캘리브레이션을 지속적으로 변경 해 주어야 하는 문제점 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많아봐야 4dB 왔다 갔다 하는 거니까 그냥 캘리브레이션 하자!" 라고 생각했지만, 하다보니 그게 그게 아니었습니다.
너무너무 귀찮아요

DAVID의 잔머리가 굴러가기 시작하는 타이밍이 왔습니다.
VU 미터를 처음 접했던 곳, 스승님의 스튜디오를 곰곰이 생각 해 보았죠.

믹싱, 마스터링을 수 없이 진행하는곳, 곡 마다의 레퍼런스 레벨이 다른 작업 특성.
스승님은 이미 오래 전 부터 이 미터를 편하게 캘리브레이션 하기 위한 장비를 가지고 계셨습니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검색 검색 검색 검색....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결국 장비를 제작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국에는 커스텀 장비를 제작해 주는 곳이 많지 않습니다.

아쉬운 실정 이지요. 수요도 많지 않고, 정작 그런 기술을 가지고 계신 분이 많지 않기 때문 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누구죠? 일단 어떻게든 해결을 봐야 속이 후련한 미련하고 끈기있고 약간 똘끼(?) 있는 그런 엔지니어 DAVID 아니겠습니까.
스승님 스튜디오에 놀러 갈 때 마다 유심히 데스크를 살피고, 장비에 적힌 회사 이름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찾아 낸 사막 속의 오아시스, Basic Solution

사실 모르는 업체가 아니었습니다.
DAVID이 가장 처음 인턴 생활을 했던 곳, 광화문 레코딩 스튜디오의 SSL 콘솔 메인터넌스를 맡아주시던 분, 장비와 대화를 나누며 어르고 달래서 장비를 고쳐낸다는 그곳.

일단 전화를 드렸습니다.
"저는 MBP-2 미터를 가지고 있고, 이러이러한 기능이 필요합니다" 말씀드렸죠.
대표님은 제 이야기를 듣고서 "제작이 가능하다, 다만 시간이 필요하다" 라고 말씀 해 주셨습니다.

다 필요 없어요. 매 번 캘리브레이션 변경하려고 미터 내려서 톤 쏘고 뒤에 나사 돌려서 영점 맞추는 것 보다야 좀 돈이 들더라도 비용 지불하고, 기다려서 편하게 살자! 싶었거든요.

제작과정

1. 장비의 컨셉

Meter Attenuator 라는 이름을 가진 장비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레퍼런스 레벨을 정할 수 있는 4개의 스위치와 전원스위치만 가지고 있는 간단한 구조로 생각했습니다.

ProTools 의 Default Operation Level 인 -18dB=0VU를 기준으로 해서 조금 더 큰 레벨로 믹스해야 할 경우를 대비해 -14dB=0VU, -12dB=0VU 의 레벨을 세팅하고, 마스터링 작업을 염두에 두고 -4dB=0VU 까지 네 개의 레퍼런스 레벨을 정했습니다.

2. 판넬 디자인

처음에는 간단한 구조와 설계 때문에 디자인을 크게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로터리 스위치를 사용 할 것이냐, 푸쉬 스위치를 사용 할 것이냐 의 고민을 먼저 했죠.
처음 보내주신 디자인이 푸쉬 스위치를 기반으로 한 디자인이었는데, 로터리로 가고싶은 생각이 있었지만 푸쉬 스위치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근데, 판넬은 19인치의 폭을 가지고 있고, 빈 공간이 많더라구요?
ANDAMIRO Company of Music 로고를 각인 해 주실 수 있냐고 조심스럽게 여쭤봤습니다. (이런 게 욕심입니다 여러분)

3. 기다림

Basic Solution 은 정말정말정말 바쁜 회사입니다.
장비를 맡겨두고, 길게는 1년을 기다렸다는 분도 봤을 정도니까요....
제작에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시간은 정말 느리게 가더군요.
기다림과 기다림과 기다림의 끝에 드디어 저만을 위해 제작 된 장비를 수령했습니다.

결론

세상에 돈을 소비하는 방법에는 크게 '낭비' 와 '투자' 가 있다고 합니다.
이번 소비는 감히 '투자' 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